
처음엔 다들 비슷하게 시작합니다. 깔때기 모양 버튼 하나, A→Z 아이콘 하나. 겉보기엔 단순하죠. 그런데 실제로 눌러보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필터는 “보여 주는 방식”만 바꾸고, 정렬은 “행의 순서” 자체를 움직여요. 이 차이를 놓치면, 보기만 바꾸려다 원본이 뒤죽박죽이 됩니다. 협업 중이면 더 곤란하죠. 동료가 보고 있던 화면까지 함께 섞입니다. 오늘 글은 이 오해를 끝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필터와 정렬의 경계를 손끝에 익히고, 초보가 자주 빠지는 함정을 실제 사례로 짚고, 마지막에는 원본을 손대지 않는 함수형 뷰를 만드는 방법으로 마무리합니다. 형식적인 체크리스트 대신, 현장에서 겪은 장면을 그대로 풀어 적을게요. 길지만, 한 번만 차근히 읽어 두면 다음부터는 ‘정렬하다가 망했다’는 소리가 팀에서 사라질 겁니다.
1) 필터와 정렬, 같은 듯 다른 두 버튼: 언제 무엇을 눌러야 덜 후회할까
아침에 시트를 열고 데이터를 훑어볼 일이 생겼습니다. 신입 고객만, 지난달만, 매출 높은 순으로만 잠깐 보고 싶어요. 이럴 때는 굳이 원본을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저라면 가장 먼저 필터 보기를 켭니다. ‘필터’가 아니라 ‘필터 보기’인 이유가 있어요. 필터는 전역 상태라서 제가 조건을 바꾸면 동료 화면도 함께 달라집니다. 필터 보기(데이터 > 필터 보기 > 새 필터 보기)는 제 화면에만 적용됩니다. 이름도 붙여둘 수 있죠. mina_신규_10월 이런 식으로요. 회의 자리에서 링크 하나로 같은 뷰를 불러오면,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같은 화면을 보게 됩니다. 생각보다 이 한 걸음이 시간을 많이 아껴 줍니다.
반대로, 정렬은 신중해야 합니다. 정렬은 “정말로” 행을 이동시켜요. 그래서 한 번 실행하면 그 상태가 시트의 새로운 기본이 됩니다. 보고만 하려다가 습관적으로 정렬을 눌러서, 헤더가 데이터 중간으로 내려앉는 참사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는 이런 사고를 줄이려고 빠른 A→Z 대신 데이터 > 범위 정렬을 자주 씁니다. 범위 정렬을 열면 “데이터에 머리글 행이 포함됨” 체크박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걸 켜 두면 제목 줄이 어디로 달아날 일이 없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망가짐’과 ‘무사함’을 가르는 작은 차이입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재구매 고객만 모아서 매출 상위 50건을 뽑아야 했습니다. 팀원 A는 “그냥 정렬하고 상위 50행만 복사하면 되지 않나요?”라고 했고, 팀원 B는 “원본에 손대지 말자. 보고서 시트에서 따로 보자”라고 했죠.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반복해서 써야 하는 화면이라면, 저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합니다. SORT/FILTER/QUERY로 함수형 뷰를 만드는 겁니다. 원본이 바뀔 때마다 보고서가 자동으로 새로워지고, 누가 실수로 순서를 건드려도 보고서 시트는 안전하거든요. 이 차이가 하루에는 미미해 보여도, 한 달이 지나면 체력이 확연히 다릅니다. 매주 같은 정렬을 다시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정리하면 이렇게 기억해 두면 편합니다. 보기만 바꾸고 싶다 → 필터 보기. 보고서 화면이 필요하다 → 함수형 뷰. 원본 순서를 실제로 바꿔야 한다 → 범위 정렬. 세 갈래만 분명히 해도 의외로 실수가 줄어듭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 정렬/필터를 누르기 전에 1분 점검을 해 보세요. 헤더를 고정했는가(보기 > 고정)? 병합 셀은 남아 있지 않은가(서식 > 병합 > 해제)? 범위를 표로만 정확히 잡았는가(전체 선택 대신 테이블 테두리만 드래그)? 숫자로 보이는 값이 실제로 숫자 형식인가(형식 > 숫자)? 이 네 가지만 확인해도, 사고의 대부분이 문 앞에서 멈춥니다. 별거 아닌 습관이 하루를 지켜 줍니다.
2) 초보 실수 7가지, 실제로 있었던 장면과 복구 순서
실수는 늘 비슷한 곳에서 납니다. 아래 일곱 가지는 제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본 케이스입니다. 굳이 체크리스트처럼 나열하지 않겠습니다. 그때그때 어떤 화면이었고, 어떻게 풀었는지 그대로 적을게요. 이런 장면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복구 순서를 따라 하세요. 대부분 3분 안에 끝납니다.
2-1) 헤더가 내려간 날
월요일 오전, 매출표가 이상했습니다. 제목 행이 중간쯤에 내려와 있었습니다. 범위 정렬을 쓰지 않고 열 머리글에서 A→Z를 눌러 버린 거죠. 복구는 간단했습니다. 실행 취소가 먹히면 가장 좋고, 그게 안 되는 상태라면 헤더 행을 잘라 맨 위에 붙여 넣고, 다시 데이터 > 범위 정렬로 정렬했습니다. 그 뒤로는 팀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정렬은 열 머리글 메뉴 대신 범위 정렬에서만 누른다. 그리고 “머리글 포함” 체크를 확인한다. 사소하지만, 이 규칙이 재발을 막아 줍니다.
2-2) 병합 셀이 숨겨 둔 함정
프로모션 메모를 위해 A열 상단 두 셀을 병합해 둔 적이 있습니다. 평소엔 괜찮았어요. 그런데 정렬을 누르는 순간, A열이 행 단위로 함께 움직이지 못해 나머지 열과 맞지 않게 됐습니다. 값과 고객이 엇갈렸고, 그날 오후는 거의 복구에 썼습니다. 이후로는 원칙을 바꿨습니다. 병합은 문서용 시트에만. 데이터 시트에서는 절대 병합 금지. 이미 병합이 많다면, 정렬 전에 전부 해제하고, 필요한 텍스트는 오른쪽 보조열에 ‘반복’해서 적어 두면 정렬해도 행이 같이 움직입니다.
2-3) 빈 행이 만든 단절
표 한가운데 빈 행이 한 줄 있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았죠. 드래그로 범위를 잡은 뒤 정렬을 눌렀더니, 빈 행 위쪽만 정렬되고 아래쪽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왜 위아래가 따로 움직였지?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트가 범위를 두 덩어리로 인식한 겁니다. 그 이후부터는 작은 습관을 들였습니다. 범위가 확실하지 않을 때는 Ctrl/Cmd + A를 한 번 눌러 표 범위를 자동 인식시키고, 그래도 애매하면 함수형 뷰로 우회합니다. 리포트라면 =SORT(A2:F, 6, FALSE) 같은 뷰를 따로 만들면 안전합니다.
2-4) 숫자인 줄 알았던 문자열
금액 열을 기준으로 내림차순 정렬했는데 순서가 이상했습니다. 1, 2, 10이 1, 10, 2 순으로 섞인 거죠. 원인은 콤마와 공백이 섞여 들어간 문자열 숫자였습니다. 해결은 정직합니다. 공백을 걷고(TRIM), 콤마를 지운 다음(SUBSTITUTE), 숫자로 변환(VALUE)합니다. 예: =VALUE(SUBSTITUTE(TRIM(C2), ",", "")). 보조열에서 숫자로 바꾼 값으로 정렬하면 한 번에 정리됩니다. 이 과정을 싫어할 이유가 없어요. 한 번만 보조열을 만들어 두면, 이후엔 계속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2-5) 필터와 필터 보기의 혼동
같은 시트를 여러 명이 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필터를 켰고, 다른 사람의 화면도 따라 바뀌었습니다. “누가 필터 켰어요?”라는 말이 오갔죠. 원인은 간단합니다. 전역 필터를 켠 겁니다. 회의 직후 우리는 습관을 바꿨습니다. 탐색은 필터 보기로만. 필터 보기는 개인 뷰라서 서로의 화면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뷰 이름 규칙을 정했습니다. 이름_조건_기간. 이렇게 하면 공유와 복원, 설명이 모두 쉬워집니다.
2-6) 시트 전체 정렬의 유혹
왼쪽 위 작은 삼각형 한 번으로 시트 전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편해 보이죠. 하지만 데이터와 관계없는 영역까지 함께 정렬됩니다. 숨겨 둔 열, 다른 시트가 참조하는 범위까지 뒤섞이면 복구가 귀찮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표 범위만 드래그합니다. 또는 명명된 범위(네임드 레인지)를 써서 범위를 고정합니다. sales_table 같은 이름을 붙여 두면, 함수에서 참조하기도 편하고, 범위 자체를 실수로 바꾸는 일도 줄어듭니다.
2-7) 국가/언어/시간대가 만든 오해
팀에 해외 근무자가 한 명 들어오고 나서, 날짜 정렬이 서로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쪽은 03/11/2025, 다른 쪽은 2025-11-03. 심지어 소수점도 점(.)과 콤마(,)가 엇갈려 계산이 틀어지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해결은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파일 > 설정에서 국가/언어/시간대를 팀 기준으로 통일합니다. 표현은 간단하게 YYYY-MM-DD로 고정하는 게 무난합니다. 이 작업은 1분이면 끝나고, 이후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아주 많이 줄여 줍니다.
3) 원본을 건드리지 말자: SORT/FILTER/QUERY로 만드는 ‘함수형 뷰’와 협업 위생
보고서가 필요한데, 매주 같은 정렬과 같은 조건을 반복하고 있다면 이미 늦은 겁니다. 그 화면은 버튼이 아니라 함수로 만드는 게 맞습니다. 원본 시트는 데이터 저장소처럼 두고, 옆 시트에 뷰를 만듭니다. 장점이 많습니다. 손대지 않는 안정성, 자동 갱신, 흔적이 남는 공식, 무엇보다 재사용성. 한 번 만들면 다음 주엔 할 일이 없습니다. 새로 들어온 행도 자동으로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 30일 사이에 구매한 신규 고객만 최신 순으로 보고 싶다면 이렇게 씁니다. =QUERY(A1:F, "select A,B,C,D,E,F where D='신규' and E >= date '"&TEXT(TODAY()-30, "yyyy-mm-dd")&"' order by E desc", 1) 수식은 길게 보이지만, 읽어 보면 단순합니다. 조건 두 개, 정렬 하나. 값은 조용히 움직이고, 화면은 항상 최신입니다. 필요하면 이 뷰를 복사해서 다른 조건으로 두세 개 더 만들 수 있죠. 각 뷰를 회의 초대 링크에 함께 걸어두면 “같은 최신”을 보면서 대화가 됩니다.
협업에는 위생이 있습니다. 데이터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만지고 공유하느냐가 속도를 결정합니다. 헤더와 키 열은 보호합니다(데이터 > 보호된 시트 및 범위). 지워져서는 안 되는 범위에 편집 제한을 걸어 두는 거죠. 보고서 시트에는 계산식과 참조 링크를 상단에 적어 둡니다. 누군가가 들어와도 맥락을 잃지 않습니다. 필터 보기의 이름 규칙, 명명된 범위의 네이밍, 국가/언어/시간대의 통일, 그리고 머리글 포함 체크. 이런 사소한 합의가 반복 업무를 줄이고, 사고를 예방합니다. 도구가 일을 잘하게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 정한 작은 약속입니다.
마지막으로, 필터와 정렬은 자동화와도 연결됩니다. 상태 열이 ‘완료’로 바뀌면, 함수형 뷰에서 상위 50건을 뽑아 별도 시트에 놓고, 메신저로 요약을 보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초가 흐트러져 있으면 자동화가 자주 실패합니다. 병합 셀, 전역 필터, 문자열 숫자 같은 단순한 문제 때문에요. 반대로 기본 위생이 잡혀 있으면 자동화 성공률이 쭉 올라갑니다. 결국 ‘정리된 원본’이 모든 효율의 출발점입니다.
결론: 보기(필터)와 순서(정렬)를 갈라 두고, 보고서는 함수형 뷰로 분리하자
오늘 내용을 다시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보기는 필터 보기로, 순서는 범위 정렬로, 보고서는 함수형 뷰로. 실수의 대부분은 헤더가 끼어든 정렬, 병합 셀, 빈 행, 문자열 숫자, 전역 필터, 시트 전체 정렬, 국가/언어/시간대 불일치에서 시작했습니다. 복구도 어렵지 않았죠. 헤더 고정과 머리글 포함 체크, 병합 해제, 보조열로 숫자 변환, 필터 보기 습관, 표 범위만 드래그, 설정 통일. 지나치게 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작은 습관들이 하루의 밀도를 바꿉니다.
이번 주에 딱 세 가지만 실행해 보세요. 첫째, ‘필터’ 대신 ‘필터 보기’를 쓰고, 뷰 이름 규칙을 팀에 공유합니다. 둘째, 정렬은 반드시 데이터 > 범위 정렬에서 ‘머리글 포함’을 확인하고 실행합니다. 셋째, 반복해서 보는 화면은 버튼 대신 SORT/FILTER/QUERY로 뷰를 만들어 별도 시트에 두세요. 이 세 가지가 자리를 잡는 순간, 시트는 도구가 아니라 흐름이 됩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덜 지치고, 더 빠르게 끝낼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정렬하다가 망가졌다”는 말이 팀에서 사라집니다. 그만큼 자주 발생하던 작은 사고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